작성일 : 25-08-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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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90만 유튜버 김진짜(본명 김찬희)의 첫 책 ‘진짜의 마인드’를 읽었다.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에 관하여’라는 카피에 혹해서. 무엇보다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본 유니크한 플레이의 근원이 궁금해서. 안정환 등 축구계 레전드가 어울려 팀을 이끌어가는 ‘뭉쳐야 찬다’에서 미드필더 김진짜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갖춘 선수 사이에서 왜소한 김진짜는 간결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생계와 이상의 거리를 어떻게 연결하는가가 한 사람의 인생의 밝기와 역스톡사이트
동성을 결정한다고 했을 때 김진짜는 밝았다. 그의 밝음과 활력은 전염성이 강했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 영리하게 끊고 정확하게 찔러주는 김진짜의 ‘가성비’ 넘치는 플레이처럼 ‘진짜의 마인드’에는 35년 차 인생 플레이어가 실증한 성취 노하우가 빼곡하다. 김진짜는 서울대 재학 중 축구부에서 활약했다. 졸업 후 스포츠과학으로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운동생리학 석사과주식매매수수료
정을 공부하다 중도에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자격증을 따, 영국 9부 리그 코치로 일했다. 지금은 90만 명의 구독자(8월 5일 현재 94만5000명)가 즐겨보는 축구 및 일상 유튜버로 활약 중이다. 35세의 싹싹하고, 씩씩한 남자를 만났다.




김참스탁론
지수 - 마인즈 커넥터(Minds Connector), 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위대한 대화’ 저자



이름이 왜 ‘진짜’인가요.“과거 사업을 할 때 가짜 제품을 파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그런 사람 특징이 종목 자주 바꾸고, 브랜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다산성피앤씨 주식
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걸 보면 다이슨이나 애플 같은 브랜드가 다시 보인다. 요령 피우지 않고 찬찬히 가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 그게 ‘진짜’구나. 내가 유튜브 방송을 하면 진심을 담은 그런 진짜를 만들자. 그 열망을 이름에 담았다.”김진짜는 2019년 유튜브 세상에 진입했다. 처음엔 신제품 리뷰, 전문가 인터뷰 등을 올렸는데,코스피급락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잭팟이 터진 건 손흥민 선수에 대한 영국 현지 트위터 반응을 리뷰해서 올렸을 때였다.처음부터 축구 콘텐츠를 하지 않은 이유는.“일부러 피해 갔다. 축구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지도자를 꿈꾸며 영국 유학까지 갔고, 자격증도 따서 9부 리그에서 코치 생활도 하다가 러프버러대에서 석사과정도 공부했는데, 실제로는 만만치 않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축구라는 첫사랑한테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내가 포기했지만, 축구 관련된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다시 축구로 돌아왔다. 10년 동안 축구를 공부했고 그걸 바탕으로 내 나름대로 분석 영상을 만들어서 올렸을 때 반응이 가장 크게 왔다.”유튜브 유명세를 타다 보면 아류도 많아지는데.“어떤 영상은 내가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내 영상과) 비슷했다. 그래서 직접 운동장으로 나가 디테일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발목 꺾임, 허리 위치, 트래핑 자세 등 특정 선수의 재현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해당 선수를 흉내 내기도 했다. 그러다 기존에 마음대로 쓰던 해외 축구 영상이 저작권 문제에 휘말려 채널이 삭제됐다. 그 뒤로는 게티이미지와 계약해 영상에 쓰는 축구 사진은 전부 돈을 내고 있다.”문제를 바로 수정한다는 건 좋은 태도다. “생존해야 하니까 그런 거다. 나는 스물아홉에 결혼했다. 축구 유학이며, 사업이며, 유튜브 방송할 때, 우리 집의 실질적 가장은 간호사로 일하던 아내였다. 그때까지 나는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꿈을 지저분하게 물고 늘어졌다. 사업도, 유튜브도 반응이 그저 그럴 때 아내가 ‘3년 동안 원하는 걸 해봐. 3년이 되고, 2년이 되고, 마지막 1년이 남았을 땐한 달에 300만원이라도 벌어야 해. 그게 안 되면 취직하거나 체육 선생님으로 진로를 바꿨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사진 김흥구 조선일보 기자



서른 살쯤이던 김진짜는 그 밤에 아내 몰래 베개에 얼굴 파묻고 울었다고 한다. 당신 인생을 보면 재미를 밧줄처럼 붙든 듯 하다.“그게 내 기질이었다. 재미없는 일은 못 하는 사람.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매우 좋아했고, 중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팀 짜서 경기할 때가 제일 신났다. 재밌게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일단 대학을 잘 가야겠구나, 공부도 그렇게 동기부여가 돼서 했다. 친구들이 ‘찬희는 축구도 공부도 곧잘 하는 아이’라고 봐줬는데, 봐주는 대로 살고 싶었다. 결국 그 모습이 정체성이 됐다.”축구와 유튜브 그리고 공부의 공통점은 뭔가.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는 것. 그런데 공부는 대체로 투자한 만큼 보상을 받는데 축구는 그렇지 않다. 더 어렵고 컨트롤하기 힘들다. 격주로 수요일마다 ‘뭉쳐야 찬다’ 경기를 녹화하는데, 경기 전날 컨디션을 위해 무조건 하루를 푹 쉬지만, 실전에서 부진할 수 있다. 공부는 더 정직하다. 1990년대 수능 만점자는 한 인터뷰에서 ‘공부가 매우 재밌다’고 했다. 공부는 인류가 적립한 지식 중에 당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만 정리해 전수하는 거라서, 그걸 차근차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알아간다는 그 느낌이 중요하다. 점수를 높이려는 목적보다 알아가는 즐거움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대중에게 어필되고 있다. 실제 유튜버로 성공하는 데 학력이 필요한가.“이 일을 하기 위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할 필요는 없다. 대학을 가지 않고 당장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학력이 주는 후광효과는 있다. 축구 얘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사람인데, 공부도 잘했다는 대중의 인식이 플러스가 됐다.”우리는 인생의 그라운드에서 각자의 포지션을 받는다. 당신이 맡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어떤 자리인가.“수비형 미드필더는 경기장 가운데서 온갖 궂은일을 한다. 상대 팀 에이스를 괴롭히고, 역습을 끊기 위해 파울도 자주 한다. 원래 내 기질은 평화주의라 주말 조기 축구에 가서 경기할 때는 상대 선수와 몸싸움도 안 하는데, ‘뭉쳐야 찬다’ 녹화 때는 다르다. 이겨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싸울 의도가 없었어도 역습을 저지하려다, 순간 나도 몰래 상대의 발을 걷어차서 욕을 먹는다.”
자꾸 경고받으면 위축되지 않나.“수비수가 경고받는 것보다 내가 받는 게 낫다. 내가 상대편 공격수를 방해하고, 파울로 끊으면 수비수는 편해진다. 어떤 조직이건 팀 게임을 할 때는 각자의 롤(역할)이 있는 거다. 나는 패스를 뿌려주고 역습을 끊어주는 게 가장 잘하는 일이다. 다른 선수의 역할을 위해 내가 더 많이 뛰고, 부딪혀서 다른 선수가 편한 호흡으로 재능을 펼칠 수 있다면 우리 팀의 승률이 올라간다. 나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플레이어는 어쩔 수 없이 시각이 좁아진다. 어떻게 하면 전체를 볼 수 있나.“잘 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경기 상황을 객관적이면서 실시간으로 읽으려고 한다. 루이 판할이라는 세계적인 명장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현장에서 바로 반영해 다른 선수를 코칭할 수 있는 선수를 주장으로 쓴다. 판할이 이끌던 FC바르셀로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주장으로 활약했던 선수가 지금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맨체스터시티FC의 펩 과르디올라다. 말하긴 부끄럽지만, 우리 팀 골키퍼 코치는 나에게 과르디올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





중원의 지략가라는 평가에는 만족하나.“만족한다. 나는 빠르고 잘하는 친구에게 찔러주는 역할이 맞는다. 어릴 때부터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을 좋아했다. 나는 약하고 느려 지단처럼 부드럽게 차는 걸 즐겼는데, 어릴 때 누구를 롤 모델로 삼느냐에 따라 갈 길이 정해지는 것 같다. 짧게 짧게 찔러주다 뒷공간으로 멀리 킥을 때려주려고 한다.”낯선 곳의 문을 두드릴 때 두렵지 않았나.“두드리는 게 두렵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너무 설레고 너무 즐거웠다. 영국 하부리그 팀의 코치 기회를 얻은 것도 용기 내서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다. 180개 프리미어 리그 팀에도 전부 이력서를 넣었고, 레이턴이라는 지역에 살 때는 주변에 4부 리그 팀 리셉션에 찾아가 부탁했다. 사람들은 남과 비슷하게 살면서 안도하지만, 또 다르게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은 선수로 못 뛰어도 지도자나 분석관, 심사위원 등 뭐라도 하고 싶다. 그것도 안 되면 집에서 축구팀 운영하는 게임이라도 하는 거다. 내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나는 집에서 꿈만 꿨는데 형은 진짜로 했구나!’다. 구체적이고 고유한 나만의 재미를 좇았는데 그게 결국 스토리가 됐다.”고교 때부터 낭독 공포증을 겪었다고.“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아 자퇴하려고 했다. 특정 상황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진 거다. 정규 수업 시간에 책을 읽어보라고 할까 봐 시험 기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랄 정도였다. 수업 발표를 피해 가며 졸업하고, 대학에 왔는데,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극복해 보자 결심하고 교수게 쪽지를 보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으니, 낭독을 시켜달라고. 교수가 짧게 한 줄씩 읽게 하고, 과분한 칭찬을 해줘 차츰 자신감을 찾아갔다. 대학 3학년 때 발표 즈음에 감이 왔다. 내가 완전히 낭독 공포에서 벗어났구나. 매우 행복했고 짜릿했다. 온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것 같았다.”지금은 언어와 언어 사이에 잡음이 거의 없다.“지금처럼 말하기 위해 평소에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어디서나 의견을 막힘없이 얘기하려면 준비돼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한다. 상대에게 설명하면서 핵심을 정리하는 ‘공부법’과 유사하다. 특정 주제로 계속 대화하면 생각이 정리된다. 감사하게도 아내가 잘 들어주고 적절한 제동을 걸어준다.”유튜브 콘텐츠를 설계할 때 무엇을 가장 신경 쓰나.“유튜브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고민했다. 캐릭터로 갈 것인지, 콘텐츠로 갈 것인지. 유튜브는 리스크가 큰 장르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업의 생존 가능성을 키우려면 콘텐츠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내 안에서 꺼낼 수 있는 이야기(캐릭터)보다 축구계에서 찾을 수 있는 이슈(콘텐츠)가 훨씬 풍부하다. 축구 팬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발굴해 제작자 마인드로 큐레이팅하고, 소견을 살짝 얹는 정도가 가장 안정적이다. 또 하나의 내 정체성은 ‘문장을 만지는 사람’이다. 작가 없이 직접 영상 대본을 쓰고 한마디 한마디 쓸 때 정말 고심한다. 경기 분석은 치열하게 하지만 선수에 대한 비판은 안 하려고 한다. 선수나 선수 가족이 봐서 상처가 될 말은 안 하고 싶다. 아내는 논평은 빼고 큐레이팅만 하라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내 의견을 조심스럽게 얹고 있다.”
김진짜는 앞으로도 사업이 아니라 작가 마인드로 유튜브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제작진과 광고 영업 시스템을 갖춘 돈 잘 버는 1인 방송국이 아니라,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좋은 콘텐츠를 쌓는 소통 플랫폼으로.두 아이의 아빠면서 35년 차 인생 플레이어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존재론적인 고민을 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유한한 삶에 대해 자각했다. 한 번뿐인 인생 재밌게 후회 없이 살자. 아이를 낳고 나서는 또 깨달았다. 얼마나 우연히 운 좋게 태어난 인생인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원자 형태로 우주에 그냥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이번 생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걸 잊지 말고 최대한 가볍게, 충만하게 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