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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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전통극 가부키(歌舞伎)를 소재로 한 영화 ‘국보(國寶)’가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지난 6월 개봉한 이 작품은 이달 17일까지 관객 747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105억3000만엔(약 1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100억엔의 벽을 넘은 실사 영화는 지금껏 네 편뿐이다. 그나마도 2003년 영화가 마지막이었다. 22년 만에 대규모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낸 ‘국보’의 이상일(51) 감독은 재일 한국인 3세다. 그가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재일 한국인이기에 ‘가장 일본적인 전통’ 가부키를 제대로 꿰뚫어볼 수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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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주쿠의 한 영화관에서 최근 만난 이 감독은 이 질문에 “억지로 연결하는 건 단순 해석”이라면서도 “나는 사회의 중심보다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는데, ‘국보’의 주인공 기쿠오도 본래 가부키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일종의 아웃사이더”라고 했다.



종목토론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국보'의 한 장면. 야쿠자 가문 출신의 주인공 기쿠오가 일본 전통극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장 남자 배우)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혈통'의 의미를 묻는 영화다. 일본에서 개봉 두 달도 안 돼 74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2025 영화 국보 제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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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1974년 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니가타 조선학교의 교사였다. 이른바 조총련 계열 학교다. 이 감독은 요코하마에서 초·중·고 모두 조선학교를 다녔고 대학은 가나가와대 경제학부로 진학했다. “경제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고 단지 일본 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경제학부든, 법학부든 상관없었죠. 고등학교까지의 세계와는 다른 풍경을 보고 싶었어요.티엘아이 주식
”
조선학교 출신이라 한국어도 가능할 테지만,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어는 꺼내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로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성적(性的) 지향이든 다른 정체성이든 누구나 자신만의 카테고리가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물론 조부모와 부모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동성하이켐 주식
다.
‘국보’는 야쿠자 가문 출신인 기쿠오가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장 남자 배우)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피(혈통)’의 의미를 묻는다. 주인공 기쿠오는 가부키 가문의 혈통을 잇는 친구 ?스케에게 “나는 너의 피를 원해. 그 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 나에겐 나를 지켜줄 그런 피가 없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피는 그걸 이어받은 사람에게 강력한 아이덴티티(정체성)의 증명이자 어드밴티지(강점)인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짐”이라며 “반대로 피를 이어받지 못한 사람에겐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기도 한다. 결국 숙명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에서 피는 단순히 혈연만은 아니며, 가부키의 예술 자체가 피와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1980년대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를 보고 압도됐던” 초등학생은 이제 일본 대표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1999년 ‘아오~총~’으로 데뷔했고 2007년 연출한 ‘분노’는 일본아카데미에서 13개 상을 받았다. 작년엔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연출에도 참여했다.
‘국보’는 연내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지만, 가부키라는 소재가 낯선 만큼 흥행은 미지수다. 이 감독은 “영화는 ‘봐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다’고 느껴서 찾는 것”이라며 “주연 요시자와 료와 요코하마 류세이는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좋은 배우”라고 했다. 그는 “스무 살부터 예순까지 40년 세월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며 “요시자와가 내면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꽃 같다면, 요코하마는 붉은 불길처럼 뜨거운 감정을 표현하는 스타일이어서 두 열정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