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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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뽀빠이 이상용이 별세하면서 루머의 심각성이 다시 알려졌다. 이상용은 70년대에 ‘유쾌한 청백전’, ‘모이자 노래하자’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뽀빠이’라고 알려졌다. 만화 속의 캐릭터처럼 근육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에선 근육 캐릭터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상용은 근육의 상징으로 국민적 인지도를 누렸다.
고려대 재학시절 응원단장을 하며 학생들을 여러 차례 웃게 만들었을 정도로 입담도 뛰어났다. 그렇다 보니 방송가에서 오랫동안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이상용의 이름을 내세운 유머집이 출간됐을 정도로 그는 ‘웃기는 사람’의 대표적웨스테이트 주식
인물이었다. 육영수 여사의 요청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박정희 대통령도 웃겼다고 한다.
방송에 대한 열정도 놀라웠다. 무작정 MBC로 가 문 앞을 청소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인사하다 ‘유쾌한 청백전’ 보조 MC 출연기회를 잡았고, KBS에선 ‘모이자 노래하자’의 출연자 아이들 통솔을 무조건 돕다가 어느 날 진행자 대타를 맡게 되면서 기회를 잡체리마스터 다운로드
았다.
그런 열정으로 성실하게 방송을 이어가면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런 그를 완전히 국민MC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 바로 89년에 시작된 MBC '우정의 무대‘였다. 이 프로그램은 군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국민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한창 국민적 인기를 누릴 때 갑인도관련주
자기 수사당국에 제보가 들어갔고 소문이 퍼졌다. 이상용이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을 횡령해 부자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4500만원 짜리 집이 아니라 40억 호화주택에 산다더라, 30년 고물차가 아니라 벤츠를 탄다더라, 파주에 땅 1만 평을 샀다더라.‘ 이런 식의 헛소문이 퍼졌다는 것이다.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번강남아줌마
졌고 이상용은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됐다.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한번 훼손된 이미지는 복구되지 못했다. 당시 언론이 무혐의 소식을 아주 크게 다루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는 국민이 많이 보는 TV뉴스에서 연예인 관련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던 시절이다. 일간지도 연예인 소식을 극히 제한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무혐의 소식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빠칭코
했다.
결국 횡령 논란으로 ‘우정의 무대’는 97년에 폐지되고 말았다. 이상용의 아버지가 ‘우리 아들은 그렇지 않다’며 대전역 앞에서 프린트물을 돌리는 등 애쓰던 와중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상용은 너무 억울해 한때 한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었다고 했다. 그가 가장 안타까워한 건 횡령 파문 때문에 심장병 어린이 지원사업이 지체돼, 수술을 기다리던 어린이 중에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그는 ‘모이자 노래하자’를 진행할 때부터 심장병 어린이들을 도왔다. 번 돈의 대부분을 아이들 병원비에 썼다고 한다. 거기에 후원까지 받아서 총 567명의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줬다. 그가 처음으로 한 아이의 사연을 접했을 때 당시 600만원 전셋집에 살았었는데 밤무대를 뛰어 수술비 1800만원을 마련해줬다. 그게 소문이 나자 다른 환아의 부모들이 연락을 해왔고 결국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 그의 필생의 사업이 되었다.
그렇게 헌신했지만 루머, 허위 제보로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부자라고 소문이 났지만 ‘우정의 무대’ 폐지 후 그가 가진 돈은 4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미국으로 가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팁을 받아 돈을 모았다. 귀국해서도 한때 일당 받고 농사일을 거들기도 했다고 한다.
국민MC 스타였다. 굳이 횡령 같은 걸 안 해도 기부만 안 했으면 당연히 부자가 됐을 사람이다. 선의로 기부사업을 진행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횡령이란 오명을 쓴 셈이니 기가 막힐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을 당하는 사람이 요즘도 많다는 데 있다. 과거보다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사실관계를 더 빨리 전파할 수 있는 투명한 세상이다.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매체도 많아져서 억울한 사정을 소상하게 알릴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헛소문, 허위제보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다변화된 매체의 역량이 사실을 밝히는 쪽보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쪽으로 발휘되고 있어서다. 누군가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면 곧바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많은 이들이 그런 소문을 덮어놓고 믿는 경향이 있다. 특히 SNS, 개인방송 같은 인터넷 신매체가 이런 현상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 나중에 억울함이 밝혀져도 이미 논란 그 자체로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이런 피해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보니 과거보다 훨씬 투명해졌어야 할 21세기 첨단 정보사회 대한민국에서 루머 피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어떤 주장이 제기됐을 때 무조건 흥분하면서 공분할 것이 아니라, 정황의 앞뒤를 충분히 따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사실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가 계속 양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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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