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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7-0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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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윤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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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알라딘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도사견 '경애'의 모습. 동그람이 정진욱

두 번 놀랐습니다. 생각보다국내증시
몸집이 더 크다는 점에서 한번 멈칫했고, 그런 친구가 점잖다 못해 과묵해 한 번도 짖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는 사실에 또 눈이 커졌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뒷조사 전담팀이 만나기로 한 ‘경애’(9세 추정ㆍ도사견)를 본 첫인상이었습니다. 37.4㎏이라는 몸집은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이 가능했습니다. 장난을 조꽁머니
금이라도 치면서 앞발을 들면 사람을 넘어뜨릴 것 같은 힘을 가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큰 몸집의 도사견이, 뒷조사 전담팀의 방문에 움찔거리며 룸메이트 뒤에 숨어버렸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나가라’고 짖거나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호기심을 표현하지도 못할 정도로 소심한 듯했습니다. 대형견사에서 들리는 수많은 큰 개들이 짖는 소리에도 경애는릴게임환전
미동조차 하지 않으면서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버렸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만난 '경애'가 활동가로부터 귀 청소를 받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그런 덕분인지 경애를 케어하는 일은 다른 개들보다 상JW중외신약 주식
대적으로 편합니다. 귀가 덮인 개들은 주기적으로 귀 청소를 해줘야 하는데, 경애는 이 작업이 매우 수월합니다. 다른 개들은 어떨 땐 잠시 잡아두고 귀를 빨리 닦아내줘야 하지만, 경애는 사람의 손길도 크게 거부하지 않아서 활동가들이 매우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느긋함’이 꼭 마음이 편안해서 그런 건 아닌 듯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니, 경애는 낯선 사람의 시선과 카메라를 자꾸 의식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앉아 있다가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겁니다. 대체 무엇이, 어떤 과거가 경애의 마음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던 걸까요?

좁은 철장에서, ‘짬밥’ 조차 못 먹던 ‘굶주림의 지옥’

지난 2017년 경기 여주시에서 발견된 개 사육장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2017년 1월 경기 여주시의 한 비닐하우스. 현장을 찾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그날이 당시 겨울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런 엄동설한에 곳곳이 찢긴 비닐 사이로 칼바람이 들어온 곳에서, 철장 속에 24마리 개들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들이 갇힌 철장 사이로, 군데군데 사체가 된 개들의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얼마나 방치됐었는지, 며칠 전 내린 눈이 사체 위에 쌓여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떤 개는 밥그릇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그릇 안에서 몸을 웅크리다 그대로 얼어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이 개들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 걸까. 당시 구조에 참여했던 동물자유연대 조영연 동물관리국장은 “처음에는 식용 개농장인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개농장이면 개를 팔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방치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업자였고, 사료로 쓴다는 명분으로 이곳에 개들을 데려다 둔 거였습니다.
조영연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동물관리국장

동물자유연대가 현장을 찾을 당시, 철장 안에서 방치된 채 발견된 개의 사체. 당시 내린 눈이 사체 위로 쌓여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조 국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개들을 방치한 농장주 A씨는 인천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거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허가를 받으려면 음식물 쓰레기를 어디에 쓰는지도 소명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A씨는 여주에 개들을 비닐하우스에 두고 그 개들의 사료로 음식물 쓰레기를 쓰겠다고 허가를 받은 겁니다. 그러나 실제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는 다른 업자에게 넘기면서 처리 비용을 챙긴 겁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화하려면 끓인 뒤 재가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개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 애써 먹이를 챙겨줄 필요도, 지내는 환경을 개선해 주기 위해 현장을 찾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개들은 추위와 더위에 방치되며 물과 먹이도 없이 서서히 말라 죽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개들을 목격하고도 먹이를 주고, 추위를 피하게 이불을 철장에 넣어주는 것 말고는 구조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곳은 엄연히 사유지였고, 개들은 A씨의 소유였으니까요. 그나마도 갑자기 많은 먹이를 주면 개들이 탈이 날까 봐 조금씩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동안 기다린 끝에 마주한 A씨는 당당했습니다. 구조대에 수의사가 포함돼 있음에도
‘죽은 개들은 병에 걸려 죽었고, 나는 계속 돌보고 있었다’
고 주장한 겁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긴급 격리를 결정한 뒤 병원 진단 결과 더욱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지자체의 긴급격리조치가 시행되면서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개들을 현장에서 구조할 수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철장을 뜯어 먹었어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조영연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동물관리국장

개들의 뱃속에서 철장에 쓰인 철사가 발견된 겁니다. 먹을 게 없었으니 그거라도 먹어서 배를 채워야겠다고 짐작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결국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범인은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음식물 쓰레기 수거 허가도 취소됐습니다. 조 국장은 “지금이야 제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쓸 수 있게 하는 한 A씨 같은 사람은 또 나타날지도 모른다”면서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무관심 속에서도 천천히 사람 곁으로 온 경애

구조된 개들은 동물자유연대의 의뢰를 받은 위탁 보호소에서 생활했다. 당시에도 경애는 친구들 뒤에 숨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굶주림의 지옥에서 벗어난 경애는 동물자유연대가 의뢰한 한 위탁 보호소에서 지냈습니다. 온센터 활동가들도 주기적으로 보호소를 찾아 경애와 친구들의 보호소 적응을 도왔습니다. 온센터 이민주 선임활동가는 “경애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소심한 편”이라며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는 친구들도 있어서 다 같이 산책을 나가며 돌봐줬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잘 따르는 친구들은 해외입양의 기회를 받아 새 가족을 만날 수 있었지만, 경애는 기약 없는 보호소 생활을 7년 넘게 해야 했습니다. 어떤 가족으로 입양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시간에도 경애는 조금씩 사람에 대한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젠 낯선 이가 다가가도 숨거나 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자기 할 일만 하는 정도까지는 온 겁니다. 조 국장은 “그동안 위탁 보호소에서 꾸준히 사람의 손길에 적응하도록 교육을 했고, 관리를 한 덕분”이라고 경애의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던 경애가 온센터에 오게 된 건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였습니다. 다리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무언가가 발견되면서, 마침 온센터 대형견사에 자리가 하나 남는 곳으로 경애를 데려오기로 한 겁니다. 활동가들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마지막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동물자유연대의 의뢰를 받은 위탁 보호소에서 생활했다. 당시에도 경애는 친구들 뒤에 숨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애의 산책길에 동행해 보니 몸을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느릿하게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록 대형견의 시간이 다른 개들보다 빠르게 간다지만, 아직까지 노화가 많이 진행됐다고는 보기 어려운 9세라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었죠. 그렇기에 더욱 편안한 환경을 필요로 하는 경애. 도사견이라서 입양 문의가 없다시피지만, 온센터 활동가들은 아직 경애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경애가 정말 편안한 노년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푹신한 이불 위에서 잘 쉴 수 있게 해 주시고, 느린 걸음에 발맞춰줄 수 있는 느긋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바라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그것이 우리가 철장에서 수년간 방치하며 이 개가 마땅히 누릴 시간들을 뺏어간 마지막 보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경애와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